근로기준법 제23조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핵심적인 법적 장치입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징계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정당한 이유'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부터, 절대적으로 해고가 금지되는 기간, 그리고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의 구제 절차와 최신 판례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이 글은 인사담당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필수적인 법률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의 법적 의의와 기본 구조
제23조의 조문 분석과 핵심 취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근로권을 구체화한 것으로, 사용자의 인사권과 징계권이 무제한적인 권리가 아님을 천명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고용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른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현대 노동법에서는 근로자의 지위가 사용자보다 약하다는 점을 인정하여 법률로써 해고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궁극적인 목표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을 억제함으로써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꾀하고, 나아가 사회적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적용 범위와 상시 근로자 수의 중요성
근로기준법 제23조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만 적용됩니다. 이는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 법적 규제를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정책적 판단에 기인합니다.
따라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더라도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하거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면 해고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단, 이 경우에도 절대적 해고 금지 기간 등의 예외는 존재할 수 있음). 하지만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제23조가 전면 적용되어, 아무리 사소한 징계라도 반드시 '정당한 이유'가 존재해야만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해고'와 '그 밖의 징벌'의 개념 정의
여기서 말하는 '해고'란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는 징계해고, 정리해고, 통상해고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또한 법문에서 언급하는 '휴직, 정직, 전직, 감봉'은 예시적인 열거에 불과하며, '그 밖의 징벌'이라는 문구를 통해 사용자가 행하는 모든 종류의 불이익한 처분(예: 시말서 제출 강요, 대기발령, 직위해제, 강등 등)이 제23조의 통제 대상이 됨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즉,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실질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이라면 모두 정당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정당한 이유'의 구체적 판단 기준 (실체적 요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사유
법원은 '정당한 이유'에 대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실제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근무 태만의 정도 ▲업무 명령 위반의 중대성 ▲회사에 끼친 재산상 손해의 규모 ▲과거의 근무 태도와 표창 여부 ▲해당 행위가 직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단순히 사용자의 기분이 나쁘다거나, 사소한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징계 양정의 적정성 (비례의 원칙)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더라도, 그 처분의 수위가 적절해야 합니다. 이를 '비례의 원칙'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1회 지각을 했다고 해서 바로 '해고' 처분을 내리는 것은 징계 사유는 인정되나 징계 양정이 과도하여 부당해고가 됩니다.
경미한 위반 행위에는 경고나 견책, 중대한 위반 행위에는 감봉이나 정직, 도저히 고용을 유지할 수 없는 비위 행위(횡령, 폭행, 장기 무단결근 등)에 대해서만 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징계권 행사는 교육과 개선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징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의 태도입니다.
형평성의 원칙 준수
동일한 비위 행위를 저지른 여러 근로자 사이에서 징계 수위가 현격히 다르다면 이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똑같이 무단결근을 3일 했는데, A는 '견책'을 받고 B는 '해고'를 당했다면, B에 대한 해고는 형평성을 잃은 처분으로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용자는 징계를 결정할 때 과거의 유사 사례나 다른 근로자와의 형평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 (절차적 요건)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상의 절차 준수
우리 대법원은 징계 사유가 아무리 명백하고 중대하더라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징계는 무효라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거나, 징계위원회 구성이 규정에 어긋나거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사규에 정해진 절차를 문자 그대로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며, 절차적 하자는 치유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소명 기회의 부여
가장 중요한 절차적 요건 중 하나는 '소명 기회의 부여'입니다. 징계 대상자가 된 근로자에게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단순히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식의 요식행위가 아니라, 징계 혐의 사실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통지하고,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하거나 서면으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소명 기회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징계는 방어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부당한 처분이 됩니다.
해고 서면 통지의 의무 (근로기준법 제27조와의 연계)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 제27조의 '해고 서면 통지 의무'입니다. 사용자는 해고를 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명시하여 근로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을 통한 해고 통보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부인되는 추세이며(예외적인 경우 제외), 구체적인 사유 없이 단순히 "해고함"이라고만 적힌 서면 통지 역시 무효입니다. 근로자가 어떤 사유로 해고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상세히 기재해야 합니다.
해고가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기간 (제23조 제2항)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 기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은 특정한 시기에는 설령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해고를 절대적으로 금지합니다. 첫 번째가 바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입니다.
이는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치료에 전념하고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이 기간 중에 행해진 해고는 사유를 불문하고 당연 무효가 됩니다. 다만, 요양 기간이 2년을 경과하고 사용자가 재해보상법에 따른 일시보상을 지급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해고(근로관계 종료)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산전·산후의 여성이 휴업한 기간
두 번째 절대 금지 기간은 산전(産前)·산후(産後)의 여성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입니다.
이는 모성을 보호하고 다음 세대의 재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강행 규정입니다. 출산 휴가 기간 중에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기간 동안의 해고 금지는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해고가 허용되는 경우
제2항의 단서 조항에 따라 예외적으로 해고가 허용되는 경우가 두 가지 있습니다.
-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사유로 사업 자체가 폐지되거나 소멸하여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입니다. 단순한 경영 악화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일시보상을 행한 경우: 앞서 언급했듯, 업무상 재해 요양 기간이 2년을 넘었을 때 법정 일시보상을 지급하면 해고 제한이 풀립니다.
유형별 인사 처분의 정당성 판단
전직(전근) 및 대기발령의 정당성
'전직'은 근로자의 근무 장소나 직무 내용을 변경하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인사권에 속하여 재량권이 인정되지만,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제한을 받습니다.
판례는 전직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① 업무상의 필요성, ②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 ③ 근로자와의 성실한 협의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교량(이익형량)합니다. 업무상 필요성이 적은데 비해 근로자가 감수해야 할 출퇴근 거리 증가 등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면 부당 전직이 될 수 있습니다.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당하거나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일 때 잠정적으로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또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특히 대기발령 기간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기화되거나, 대기발령 상태에서 급여를 과도하게 삭감하여 사실상 퇴사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부당한 처분으로 인정됩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정리해고)
일반적인 징계해고와 달리 경영 악화로 인한 감원, 즉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요건을 추가로 갖추어야 제23조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습니다.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② 해고 회피 노력,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 ④ 근로자 대표와의 50일 전 성실한 협의라는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정당한 해고로 봅니다.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부당해고가 됩니다.
[표 1] 해고 유형별 정당성 판단 요건 비교
| 구분 | 정의 | 주요 정당성 요건 (핵심) | 비고 |
|---|---|---|---|
| 징계해고 | 근로자의 비위행위 등 귀책사유로 인한 해고 | 사유의 정당성, 양정의 적정성, 절차의 준수 | 취업규칙 등 징계 절차 필수 |
| 통상해고 | 부상, 질병, 능력 부족 등으로 근로 제공 불가 | 업무 수행 능력의 현저한 부족, 개선 기회 부여 | 객관적 평가 근거 필요 |
| 정리해고 | 경영상 필요에 의한 인원 감축 |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 성실한 협의 | 근로기준법 제24조 적용 |
부당해고 구제 절차와 대응 방안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 신청
근로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 불이익을 당했다면,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28조).
이는 법원 소송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조사를 거쳐 심문회의를 열고, 부당해고임이 인정되면 원직 복직 명령과 해고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령합니다.
금전보상 명령 제도
근로자가 해고의 부당성을 인정받았으나 회사로 돌아가 근무하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또는 회사와의 신뢰 관계 파탄 등으로 복귀가 어려운 경우), 노동위원회에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는 원직 복직 대신,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근로관계를 종료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해고 예고 수당과 부당해고의 관계
간혹 사용자나 근로자가 "해고 예고 수당(30일분 통상임금)을 주면 해고가 정당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해고 예고 수당 지급과 해고의 정당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해고 예고 수당을 주었더라도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해고는 부당해고입니다. 반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 해고하더라도 즉시 해고(30일 전 예고 없이)를 했다면 해고 자체는 유효하되 해고 예고 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합니다.
최근 판례 경향과 시사점
저성과자 해고의 엄격한 해석
최근 대법원 판례들은 단순히 업무 성과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상대평가에 의한 하위 고과가 지속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절대적인 업무 능력이 수행 불가능할 정도인지, 회사가 교육 훈련이나 배치 전환 등 성과 향상을 위한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등을 면밀히 따집니다. 따라서 기업은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PIP)을 운영할 때 실질적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징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가해자에 대한 징계 처분이 제23조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회사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를 분리 조치(대기발령, 전보)하거나 징계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조치가 사회 통념상 합당하다면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인정됩니다. 다만,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것은 제23조 제1항 위반은 물론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사용자와 근로자를 위한 제언
사용자(기업) 측: 인사 처분은 감정이 아닌 '기록'과 '절차'에 기반해야 합니다. 평소 객관적인 근무 평가 자료를 확보하고, 취업규칙을 정비하여 징계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해고는 최후의 수단임을 인식하고, 면담과 경고 등을 통해 개선 기회를 부여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로자 측: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고 생각되면,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사직서를 내는 순간 '해고'가 아닌 '합의 해지'나 '자진 퇴사'가 되어 제23조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해고 통지서, 징계 관련 이메일, 녹취록 등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전문가(노무사 등)의 도움을 받아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노사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저울과 같습니다. 사용자의 경영권과 근로자의 생존권이 조화를 이룰 때,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 문화가 정착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