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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 연극 : 평범함과 천재성의 간극을 그린 질투와 신앙의 비극

by jisikRecipe 2025. 11. 22.

실존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뮤지컬의 역사와 특징, 한국 공연 동향, 관람 포인트까지 정리한 심층 해설입니다. 천재 모차르트와의 대비 속에서 드러나는 평범함의 비극, 질투와 신앙의 갈등을 중심으로 살리에르 연극의 매력을 분석합니다.

살리에르 연극이란? 개념과 매력

실존 인물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두 얼굴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는 고전주의 시대 빈 궁정에서 활약한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이자 교육자입니다. 합스부르크 궁정악장으로서 18세기 유럽 오페라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파리·로마·베네치아 등 여러 도시에서 많은 작품이 공연되었습니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오페라 세리아, 오페라 부파 등 30편이 넘으며 베토벤, 리스트, 슈베르트 등 후배 음악가들의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19세기 후반 이후 그의 음악은 무대에서 사라지고, 이름만 모차르트의 ‘라이벌’ 혹은 ‘악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20세기 피터 셰퍼의 연극 「아마데우스」와 영화로 다시 무대 중앙에 등장하지만, 대중적 이미지로는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힌 평범한 자의 비극으로 상징화됩니다.

모차르트 독살설과 대중 속 살리에르 이미지

1791년 모차르트의 요절 이후 “살리에리가 독살했다”는 소문이 유럽을 떠돌았고, 러시아의 푸시킨은 이를 바탕으로 1830년 단막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썼습니다. 이후 수많은 재창작에서 살리에르는 질투에 휩싸인 예술가의 상징이 되었으나, 실제로 모차르트 사인은 중독이 아니며, 독살설도 근거 없는 루머임이 밝혀졌습니다.

천재성과 평범함의 대비는 극적 서사로서 예술가 내면의 갈등, 신앙, 정의, 질투 등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데 활용되어 왔습니다.

연극과 뮤지컬에서의 살리에르, 왜 지금도 소비되는가

20세기 이후 살리에르는 극 속 인물로 더 널리 소비되는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푸시킨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셰퍼 「아마데우스」, 영화 「아마데우스」, 한국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시 태어났으며, 평범함의 자의식에 짓눌리는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어 왔습니다.

푸시킨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비극의 출발점

작품 개요와 위치

러시아의 푸시킨은 1830년 단막 시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발표해 예술가의 질투와 도덕, 정의, 재능의 불평등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단 2인의 대화극으로, 살리에리 내면의 갈등과 모차르트의 순수함을 원형적으로 투사합니다.

푸시킨이 그린 살리에리의 내면

푸시킨은 살리에리를 평생 노력을 쌓았으나 천재성을 얻지 못한 인물, 예술과 도덕의 불일치, 질투에 사로잡힌 인간으로 묘사했습니다. 결국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독살하며 “나는 정의를 수행했다”며 자기 합리화를 시도합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 오페라와 후대 영향

림스키코르사코프는 푸시킨 희곡을 토대로 1897년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작곡, 단 2인의 대담극 구조와 대조적 음악으로 ‘질투-순수’ 이분법을 강화했습니다. 셰퍼도 이 계보에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피터 셰퍼의 「아마데우스」: 살리에르를 주인공으로 세운 현대 비극

작품 개요와 구조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2막 희곡 「아마데우스」는 1979년 초연, 1980년 브로드웨이·토니상 최우수 연극상 수상 등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노년 살리에리의 고백을 중심으로 사건이 구성되며, 평범함의 비극을 강조합니다.

셰퍼가 재구성한 살리에르 캐릭터

셰퍼의 살리에르는 신에게 자기 삶을 바친 계약을 믿으며, 천재 모차르트의 재능을 먼저 알아보고 충격받는 평범한 전문가입니다. 이로 인해 신과 싸우려 하며, 자신의 내면을 극단적 고백으로 재현합니다.

희곡과 영화 「아마데우스」의 영향력

셰퍼가 직접 각색해 만든 1984년 영화 「아마데우스」는 세계적 흥행, ‘질투하는 평범한 예술가’ 도식의 대중화 등으로 살리에르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습니다. 이후 수많은 연극, 뮤지컬, 드라마에서 공식처럼 인용되어, 오늘날 ‘살리에르 연극’의 표준 텍스트가 되었습니다.

한국 무대의 연극 「아마데우스」: 살리에르의 재해석

한국 연극 「아마데우스」의 전개와 시점

국내 공연은 셰퍼 원작을 충실히 따르며, 살리에리의 일인칭 고백 구조를 적용합니다. 살리에리의 노년 회상에서 시작해 음악적 경쟁, 질투, 레퀴엠 작곡, “평범한 자의 성인” 결말에 이르는 구성이 특징입니다.

2025년 한국 무대: 캐스팅과 연출 경향

2025년 연극 「아마데우스」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박호산, 권율, 김재욱, 문유강 등 배우진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모차르트에는 최정우, 김준영, 연준석 등이 캐스팅되었으며, 전통 음악과 천재성의 대비가 부각됩니다.

관객·평론이 주목하는 살리에르의 얼굴

한국 관객은 살리에리의 신앙과 욕망, 평범함의 자의식, 배우별 해석 차이 등에 강한 공감을 표출합니다.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리의 심리가 더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많고, 평범함의 비극이라는 구조에 자기 투영을 경험합니다.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 질투를 의인화한 한국식 변주

작품 개요와 제작 배경

HJ컬쳐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는 2014년 초연 후 2024년 세종문화회관 재공연 등으로 팬층을 형성했습니다.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그리고 질투의 의인화 젤라스(Jelas)를 내세우며, 연극적 서사를 감정적으로 확장합니다.

젤라스: 살리에르의 질투를 무대 위에 세운 캐릭터

젤라스는 살리에리의 불안과 열등감을 의인화한 존재로, 내면의 혼란을 시각/청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장치는 살리에르의 심리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이 감정에 한층 몰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국식 정서와 음악이 더해진 살리에르의 비극

뮤지컬 「살리에르」는 음악극 형식으로 살리에리의 내면 갈등을 넘버와 듀엣 장면 등으로 시각화하며, 가족과 사회, 감정선을 강화해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냅니다. 후기에서 내면적 질투와 인간적 비극이 잘 전달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세 작품 비교: 푸시킨 – 셰퍼 – 한국 창작 뮤지컬

구분 원작/형식 주요 특징 살리에르 이미지
푸시킨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1830년 러시아 운문 비극 단막 시극, 철학적 대화, 모차르트 독살 장면 포함 정의와 질투 사이에서 갈등하다 독살 선택
셰퍼 「아마데우스」(희곡) 1979년 영국 희곡, 2막 구조 노년 살리에리 고백, 평범함의 비극, 영화로 세계적 성공 신과 계약을 믿는 궁정 작곡가, 천재를 질투하는 내면 고백자
한국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 2014년 초연, 한국 뮤지컬 질투의 의인화(젤라스), 감정선 강화, 음악극 각색 내면의 질투와 싸우는 인물, 한국형 비극적 주인공

살리에르 캐릭터 분석: 평범함의 비극과 현대인의 공감

평범함(凡庸性)의 자의식

살리에르의 비극은 자신이 평범함을 인식한 순간에 시작합니다. 궁정악장 지위와 명성을 갖추었으나 모차르트 천재성을 인지하면서 자신을 ‘평범 이하’로 느끼는 고통을 겪습니다. 셰퍼는 이를 ‘mediocrity tragedy’로 명명했습니다.

신앙과 질투, 도덕과 예술 사이의 갈등

살리에르는 신에 헌신하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성 앞에서 신의 정의를 의심하며, 복수와 파멸로 향합니다. 이는 도덕과 예술 가치의 불일치, 경쟁사회 현실을 상징합니다.

한국 관객이 느끼는 공감과 불편함

관객은 살리에르에게 질투·동정·이해를 함께 느끼며, 특히 평범한 자의식과 경쟁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강한 연결고리를 경험합니다.

살리에르 연극을 더 깊게 즐기는 관람 포인트

“누가 주인공인가?”라는 질문으로 보기

모차르트는 사건의 촉발자, 살리에르는 화자 역할로서 연극의 구조·연출을 읽는 데 핵심입니다.

음악과 연출이 살리에르의 내면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음악/조명/무대 구성 등 무대적 장치가 살리에르의 심리를 시각·청각적으로 표출, 작품의 의미층을 풍성하게 합니다.

역사적 살리에리와 극 속 살리에르를 구분해서 보기

공연은 실존 인물 재현이 아니라, 루머와 상상력의 비극적 재구성임을 전제해야 하며, 작품을 감상한 뒤 실제 살리에리 음악도 들어보면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합니다.

마무리: 왜 지금, 왜 다시 ‘살리에르 연극’인가

살리에르 연극/뮤지컬이 재연되는 이유는 “천재와 평범함”의 대립을 넘어, 재능의 불평등, 신앙과 성취의 갈등, 평범함의 자의식 등 우리 시대 집단 성찰을 이끌기 때문입니다. 살리에르는 현대인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남아 있습니다.

천재 모차르트의 음악에 감탄하면서도, 살리에르의 질투와 좌절에 마음이 쓰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이 작품의 깊은 의도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