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향촌의 개념과 의미
이도향촌(離都向村)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한다는 뜻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인구 이동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와 정반대되는 개념으로, 산업화 시대의 인구 이동 패턴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회적 현상입니다. 이도향촌은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는 물리적 이동을 넘어서, 현대 사회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는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도향촌 현상은 귀농과 귀촌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농촌의 한가로운 삶과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귀농은 농사를 짓기 위해 농촌으로 돌아온 경우를 지칭하며, 귀촌은 농업 외의 다른 일을 하거나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도향촌 현상의 역사적 전개
대한민국은 1960년대 공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었습니다. 농가인구는 1960년 1,424만 명에서 2021년 221만 명으로 60여 년 만에 약 85%에 달하는 1,200만 명이 넘게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이촌향도는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농촌 인구는 도시로의 순유출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을 기점으로 역사적인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농협중앙회 김한종 책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처음으로 농촌 인구가 순유입(9,617명)으로 바뀌었습니다. 2008년 한 해 순유출 1,110명으로 잠시 돌아선 후, 2009년부터는 꾸준히 순유입을 이어가며 이도향촌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는 42만 4,847명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반면, 43만 9,318명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하여 도시에서 농촌으로 들어온 인구가 1만 4,461명 더 많았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 증가하여 2014년에는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인구가 33만 5,593명,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긴 인구가 36만 7,677명으로 순유입만 3만 2,084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5년 전에 비해 약 2.2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2015년에는 이도향촌 인구가 더욱 급증하여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한 '향촌' 인구가 41만 7,103명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향도' 인구(36만 6,850명)보다 5만 253명이 많아졌습니다. 이는 전년(3만 2,084명)보다 56.6%인 1만 8,169명이 늘어난 것으로, 이도향촌이 한국의 확고한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이도향촌 현상의 주요 원인
이도향촌 현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제2의 인생을 농촌에서 설계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귀농·귀촌 흐름을 주도하는 집단으로, 이들의 이동이 이도향촌 현상의 주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둘째,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귀촌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서 비롯되었으나, 경기회복 이후 생태, 전원, 환경 등의 이슈와 결합하며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산업화에 지친 현대인들이 다시금 농촌의 한가로운 삶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도시화의 정체로 일자리 부족을 겪고 있는 30, 40대에서도 농촌으로 내려가는 인구가 매년 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농촌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넷째, 극심한 도심의 집값 상승도 이도향촌 현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인근 농촌 지역으로의 이전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다섯째, 농사를 짓거나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하는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가치 지향적 이주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귀농·귀촌 가구의 급증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귀농·귀촌 가구수의 증가 추세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귀농·귀촌 가구수는 880가구에 불과했습니다. 2010년에는 4,067가구로 10년 사이에 약 3,000가구 정도가 증가했는데, 이는 거의 정체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2011년에 귀농·귀촌 가구수가 1만 503가구로 갑자기 증가하더니, 2012년에는 2만 7,008가구, 2013년에는 3만 2,424가구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2014년에는 1년 만에 37.5%가 증가하여 4만 4,586가구(8만 855명)로 급증했으며, 이는 사상최대 수치입니다. 2001년 대비 50배가 넘게 증가한 수치로, 이도향촌 현상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통계는 이도향촌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사회 변화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2009년부터 7년째 농촌인구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촌향도가 종언을 고하고 이도향촌이 한국의 새로운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합니다.
지방소멸 위기와 이도향촌의 역할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방소멸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2014년 일본에서 등장한 '지방소멸' 이슈가 비수도권 지역의 위기로 작동하면서, 귀농·귀촌은 새로운 인구 정책의 일환으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농촌의 가구당 구성인원 감소와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으로, 현재 농촌의 가구원 수는 2.1명에 불과하며 2인 이하 농가 비율도 78%에 이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도향촌은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귀어, 귀농을 포함한 귀촌은 전형적인 이도향촌의 인구이동으로, 최근에 이르러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고질적인 지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은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의 쇠퇴를 막고, 인프라의 질 저하, 1인당 지방교부세 감소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귀농·귀촌 정책을 통한 인구 유치 전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도시 지역에서는 귀농·귀촌을 통한 인구 증가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되었으며, 각 지자체 간 인구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제 '인구 늘리기' 전략으로서 귀농은 각 지자체의 인구정책 전담부서의 신설을 야기하였으며, 각종 언론에서도 농어업 생산이나 생태, 전원생활 측면보다는 인구 관점에서 귀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청년층 타깃 귀농·귀촌 정책
초기 귀농·귀촌의 주력 세대가 베이비부머와 같은 장년층이었다면, 최근에는 청년층을 유인하는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유입을 통해 인구의 자연적 증가와 사회적 증가를 동시에 누리겠다는 전략입니다.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귀농·귀촌 정책은 취업난으로 고용 시장의 진입이 어려워진 젊은 인구를 유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돈 버는 농촌 청년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고 농업에 대한 교육과 각종 정착 지원 등을 통해 청년세대를 농촌으로 끌어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농어촌공사가 실시한 '2030 젊은 세대 농지 지원 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농촌 고령화, 후계농 부족, 청년 취업난 등에 대처하고자 2012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대상자로 선정되면 농지은행사업을 통해 최대 5ha까지 농지를 지원하는 정책이었습니다. 첫해 시행에 약 200명이 신청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얻어 많은 젊은이들의 지원이 이어졌고, 관련 예산도 확대되었습니다.
청년층의 소득 창출 수단으로 농업이 주목받으면서, 성공한 청년 농부의 사례들이 미디어로 소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도향촌 청년의 지역선택과 정책방안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청년의 유출을 방지하는 한편 외부 청년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이도향촌의 사회적 의미와 영향
이도향촌 현상은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이촌향도 문화가 지배적이었으나, 현재는 산업화에 지친 현대인들이 다시금 농촌의 한가로운 삶을 그리워하며 이도향촌 문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의 농업인력 유지 및 지역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30, 40대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이 농촌으로 이동함으로써 농촌의 인구 구조가 개선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도향촌은 농어촌을 '기회의 땅'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동(도시)에서 읍·면으로 전입하는 이도향촌 인구가 읍·면에서 동으로 전출하는 인구를 초과하면서, 농어촌이 미래성장산업의 공간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도향촌 현상이 노인의 사회통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해 도시를 중심으로 개발을 시작하였는데, 최근 이도향촌 현상이 노인의 사회통합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도향촌의 미래 전망
이도향촌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다가오면서 이촌향도가 종언을 고하고 이도향촌이 한국의 새로운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충북 영동군, 강원 태백시 규모의 인구가 매년 농촌으로 순유입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도이촌(往都移村)과 이도향촌 같은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심을 떠나 자연이나 시골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새로운 생활 패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귀촌 말고 이촌(移村)이라는 새로운 농촌 이주 트렌드도 등장하고 있어, 이도향촌의 형태가 더욱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농부의 경쟁력이 도시노동자의 경쟁력을 앞지르는 이도향촌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부문, 양육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기업형 영농지원사업, 사회적경제형 공공서비스사업, 출산친화 환경조성, 출산-보육-교육의 종합시스템화 등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도향촌은 한국 사회의 인구 이동 패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농촌을 재활성화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함께 이도향촌 현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도시와 농촌이 균형 있게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