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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체요절 반환 : 프랑스에 있는 직지를 한국으로 되돌려 받는 일

by jisikRecipe 2025. 10. 8.

개요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은 1377년 고려 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입니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라는 정식 명칭을 가진 이 책은 독일 구텐베르크의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현재 이 책의 하권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한국으로의 반환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직지의 프랑스 반출 과정

콜랭 드 플랑시의 수집

직지가 프랑스에 있게 된 것은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된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거래를 통해서였습니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이후,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로 부임한 콜랭 드 플랑시(Victor Collin de Plancy, 1853~1922)가 1880년대 말에서 1890년대 초 사이에 직지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중국, 일본 등에도 부임했던 인물로 골동품 수집을 좋아했으며, 한국에서 다양한 고문서와 함께 직지를 구입했습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의 기증

직지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에서 최초로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이후 1911년 파리의 드루오 호텔에서 경매에 나왔고,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Henri Vever, 1854~1943)가 180프랑에 구입했습니다. 베베르의 유언에 따라 1950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되었고, 1952년 공식적으로 소장품 목록에 편입되었습니다.

박병선 박사의 재발견과 세계적 인정

역사적 가치의 재발견

직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1972년 박병선 박사(1923~2011)의 노력 덕분입니다. 1967년부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던 박병선 박사는 외규장각 의궤를 찾던 중 우연히 직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5년간의 고증을 통해 직지가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임을 입증했습니다.

세계적 공개와 인정

박병선 박사는 1972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 도서의 해' 기념 도서 전시회에서 직지를 공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며, 2001년 9월 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직지의 역사적 가치와 내용

문헌적 가치

직지심체요절의 중심 주제인 '직지심체'(直指心體)는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이라는 불교 오도의 명구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는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깨달을 때 그 심성이 바로 부처의 실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백운 경한(1298~1374) 스님이 선종 역대 조사의 법맥과 어록 등을 간추려 편찬한 불교 교본으로, 당시 학승들이 대교과를 마치고 수의과에서 공부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기술적 의의

직지는 고려시대 지방 사찰인 흥덕사에서 밀랍주조법으로 제작된 금속활자본입니다. 비록 기술적으로는 미숙한 단계의 산물이지만,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서 한국이 인쇄술 발전에 앞섰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입니다.

반환 운동의 전개

정부 차원의 노력

한국 정부는 여러 차례 직지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020년 문화재청은 프랑스가 서아프리카 베냉과 세네갈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반환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직지 반환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직지는 약탈 문화재가 아니라 합법적 거래를 통해 프랑스로 갔기 때문에 반환을 요구할 국제법적 명분이 약합니다.

민간 차원의 반환 운동

미국인 페닝턴(Pennington)이 2013년부터 직지 반환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는 청주 고인쇄박물관을 방문한 후 전국을 돌며 서명 운동을 전개하여 현재까지 7천여 명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직지 반환 서명에 동참한 사람에게는 'Bring Jikji back to Korea'라는 문구가 적힌 기념 볼펜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현재 직지의 상황과 전시

50년 만의 공개

2023년 4월 12일부터 7월 16일까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통해 직지가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이는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시 이후 처음으로, 세계인들에게 직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과의 협력

2023년 4월 12일 문화재청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직지 전시 지원과 학술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전시 관련 이미지 제공, 번역 지원, 대중강연 개최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향후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한국 관련 문화유산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추진될 예정입니다.

국내 전시를 위한 법적 노력

압류면제법 추진

직지의 한국 전시를 위해서는 압류면제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프랑스 측은 직지가 한국에서 전시된 후 압류나 몰수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과 노웅래 의원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일부 문화재 단체들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인쇄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

2018년 이종배 의원은 압류면제 대상을 직지로 한정하는 인쇄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는 다른 문화재와 달리 직지가 약탈되지 않은 문화재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재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반환의 현실적 한계와 대안

법적 한계

직지는 약탈이나 도난 문화재가 아니므로 한국이 환수에 나설 국제법적 명분이 부족합니다. 외규장각 의궤처럼 명백한 약탈 문화재와 달리 합법적 거래를 통해 프랑스로 갔기 때문에 반환 요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직지는 반출 경위가 비교적 명확한 편으로 국제법적으로나 관행상으로 봐도 무조건 환수하거나 반환을 주장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호 신뢰 구축의 중요성

직지의 국내 전시나 반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랑스와의 상호 신뢰 구축이 필요합니다. 2017년 일본 쓰시마 불상 반환 거부 판결 등으로 인해 외국 박물관들이 한국에 유물을 대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협업하고 좋은 신뢰 관계를 쌓는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직접 직지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영구 임대 방식의 가능성

외규장각 의궤처럼 영구 임대 방식을 통한 반환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2010년 외규장각 의궤는 5년 단위로 연장 가능한 사실상 영구대여 형식으로 한국에 반환되었습니다. 직지의 경우에도 이러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지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래 전망과 과제

지속적인 외교 노력

직지의 반환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외교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화재청은 "프랑스가 해외 탈취 문화재를 반환하는 경우가 나라마다 다르다며 우리나라도 영구 임대 방식 등을 제안했는데 아직 큰 진척은 없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술 협력 강화

2023년 문화재청과 프랑스 국립도서관 간 체결된 업무협약이 향후 직지 반환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전시 지원과 학술 연구를 통한 협력 관계 구축이 장기적으로 직지의 국내 전시나 반환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민적 관심 제고

직지 반환을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페닝턴 씨는 "중요한 문화유산인 '직지'가 제작된 곳에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직지 반환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태도는 너무 소극적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직지의 가치와 반환의 필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합니다.

결론

직지심체요절의 반환은 단순히 문화재 한 점을 되찾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한국의 찬란한 인쇄 문화와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비록 법적 한계와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지속적인 외교 노력과 학술 협력, 그리고 국민적 관심을 통해 언젠가는 직지가 고향 땅에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프랑스에서의 50년 만의 공개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반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